HIV·에이즈 오해 많아, 일상생활 복귀 가능한 만큼 주저하거나 포기 말아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3-17 14:07
조회
722
시대가 바뀌었다. HIV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해서 본인 스스로 고민하거나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바이러스 증식과 면역력 저하가 일어나기 이전에 고강도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ART)으로 치료받는다면 일상생활이 가능해졌고 전파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두렵게 만든 '에이즈(HIV/AIDS)'가 하루 한 알로 평생 관리 가능한 질환이 된 것이다.

HIV/AIDS 치료 분야에는 U=U(Undetectable=Untransmittable) 개념이 있다. 'HIV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으면 전염력도 0%'라는 의미다. 혈액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과 치료만 잘 되면 본인의 질병 악화 뿐만 아니라 타인으로의 감염 전파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 HIV/AIDS 인식은 치료 수준을 따라가지 못 하고 있다. HIV 검사가 감염 예방에서 매우 중요함에도 에이즈 환자의 조기 진단과 치료 과정에 사회적 낙인과 편견을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병원 진료, 직장생활, 여행 등 가장 기본적인 활동에서 제한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두려워한다. 가장 큰 무서움은 타인의 시선이다. 보건소 같은 공공기관을 이용할 때 조차도 개인 정보 노출을 우려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켜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팜뉴스가 만난 김태형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 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정확한 HIV/AIDS 정보를 안내하고 사회적 낙인을 해소하기 위한 공익광고, 관련 포스터, 책자 등을 만드는 노력을 이어오고 있지만, 주변 시선으로 인해 HIV 고위험군이나 감염인이 포스터가 붙여진 상담실에 들어가거나 책자를 가져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흔히 다큐멘터리나 공중파 방송에 나오는 에이즈 환자를 마르고 쇠약해 병실에 누워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모든 에이즈 환자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그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생사를 오가는 환자는 서너 달에 한 번 꼴로 볼 정도로 극히 드문 편이다. 오히려 주기적인 약제 복용으로 정상 생활을 살아가는 분들이 더 많기에 극복해야 할 선입견 중 하나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팜뉴스는 HIV/AIDS 치료·예방 전문가인 김태형 순천향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의료진과 감염인 사이 중간다리 역할을 하며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윤종례 상담 간호사를 만났다. 두 사람으로부터 HIV 감염인이 어떤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 왜 치료를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지,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HIV 감염인이 자신과 타인을 모두 지키는 방법이 무엇인지 이야기 들을 수 있었다.

김 교수는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정서상 어떤 소수자나 장애인이 목소리를 내면 불편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결국은 왼손잡이들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는 세상은 오른손잡이도 살기 힘든 세상이 될 것이다. 감염인 관리가 잘 돼야만 나머지 국민도 감염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나와 상관없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태형 교수, 윤종례 상담간호사와 일문일답.

▶2022년 기준 감염인 상담사업을 진행하는 의료기관은 전국 28곳으로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담 간호사라는 직무가 생소한데 상담 간호사가 상주하는 의료기관에서는 감염인에게 어떤 것들을 지원하며 담당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윤종례 상담간호사(이하 윤): 상담 간호사는 HIV 감염인이 HIV/AIDS 질환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꾸준히 치료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HIV 감염인은 죄책감과 수치심으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질환 정보와 치료 과정을 정확히 설명함으로써 HIV 감염이란 스스로 편견을 버리고 꾸준히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HIV는 평생 치료제를 복용하며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임의로 치료제 복용을 중단하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이외에도 감염인 가족이나 보호자를 위한 상담사업과 비급여 항목 치료비를 지원해주는 유관 기관 연계 업무 등을 진행하고 있다.

김태형 교수(이하 김): 전 세계적으로 에이즈 종식을 위해 진행하는 캠페인의 목표는 '95-95-95(진단 95% 이상, 치료 95% 이상, 바이러스 억제 95%)'인데 이 95를 만들어내는 게 상담 간호사라고 생각한다. 의사가 약을 처방한다고 해도 꾸준히 복용하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내원하는 것은 오로지 감염인의 의지에 달려 있기 때문에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상담 간호사가 열심히 도와주고 있다.

▶순천향대서울병원은 의료기관 감염인 상담사업에 참여하며 HIV 감염인과 고위험군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HIV 감염인은 의료기관을 결정할 때도 사회적 낙인과 편견으로 주저함이 있다고 들었는데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을 찾으면 좋은 점이 있나

김: 상담사업을 하는 대부분 병원의 특성이겠으나 병원 내 모든 의료진이 HIV 감염인의 원활한 치료를 위해 원팀(one team)으로 일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는 순천향대병원을 비롯한 상담 사업을 하는 병원들의 공통적인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의 경우 HIV 분야만 전담하는 원무과 직원이나 영양사, 약사, 간호사들이 각각 존재한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HIV 전담 인력이 많지 않고 의료진과 간호사 2-3명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 내 관련 인력이 원팀으로써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염인 상담 사업을 통해 타과 의료진과 협력도 이뤄냈다. HIV 감염인은 HIV 외에도 부수적인 질환으로 인해 안과나 내분비내과, 심장내과 등 다른 진료과를 방문할 일이 더러 있다. 이때 타과 의료진이 HIV 감염인을 대하는 태도가 굉장히 중요하다. 20여 년 전에는 순천향대서울병원도 HIV 감염인이라고 하면 진료를 뒤로 미루거나 수술을 꺼리기도 했다. 그 이후 상담사업의 적극적인 시행을 통해 의료진과 감염인 사이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상담 간호사가 병원 내에서도 지속적으로 HIV 인식을 개선하게 됐다. 그 덕에 감염내과 뿐 아니라 타과 의료진과도 원활한 협진이 가능하게 됐다.

윤: 국가에서도 HIV 감염인의 원활한 치료비 지원을 위한 후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후불제는 의료기관과 협조 하에 진료비 본인부담금을 의료기관에서 보건소로 청구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의무사항이 아니라 시행하지 않는 병원도 있고 일부 지역만 해당하기도 한다. 순청향대서울병원은 후불제를 지원하고 있다. 요즘은 온라인 검색을 통해 가까운 의료기관이 후불제를 지원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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